[방산 이슈 진단 (137)] HJ 중공업, 사업 예산에 적합한 성능 좋은 국산 장비 외면하고 추가 예산 필요한 사실상 외산 장비 도입 추진

[방산 이슈 진단 (137)] HJ 중공업, 사업 예산에 적합한 성능 좋은 국산 장비 외면하고 추가 예산 필요한 사실상 외산 장비 도입 추진
  • 고속함(PKX-A) 성능개량 사업의 도급 품목인 ‘대유도탄기만체계’ 평가에서 이상 행위 드러나

[뉴스투데이=김한경 안보전문기자] 1247억원 규모의 ‘고속함(PKX-A) 성능개량 사업’ 체계업체인 ‘HJ중공업’이 도급 품목인 ‘대유도탄기만체계’를 평가하는 과정에서 배정된 사업 예산(160억원)으로 도입 가능한 성능 좋은 국산 장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200억원의 추가 예산이 필요한 사실상 외산 장비(약 360억원 소요)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방위사업청(이하 방사청)에 추가 예산을 신청하는 등 상식에 맞지 않는 행위를 한 사실이 드러나 주목받고 있다. 

대유도탄기만체계는 아군함정을 공격하는 대함미사일에 기만탄을 발사함으로써 함정의 실제 위치를 기만해 생존성을 보장하는 무기체계이다. 이번 HJ중공업의 평가에 참여한 제품은 국내 중소기업이 프랑스 업체와 기술 제휴해 자체 개발한 ‘K-RBOC NG’(국산화율 85%)와 외국 제품을 국내 대기업이 면허 생산한 ‘MASS’(국산화율 20% 미만) 등 2종이다. 두 제품 모두 작전운용성능(ROC)을 충족했으며, 함정당 K-RBOC NG는 2개, MASS는 1개를 장착하게 되어 있다. 

■ 획득·운영유지 비용 격차 상당함에도 제안서 평가에서 제대로 고려되지 않아

K-RBOC NG는 2개 설치에 약 9억원 정도가 소요되는 반면, MASS는 1개 설치에 약 20억원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성능개량 대상인 고속함(PKX-A)이 총 18척이므로 K-RBOC NG는 160여억원이, MASS는 360억원이 소요된다. 즉 HJ중공업이 MASS를 택하면 선행연구와 사업타당성조사를 거쳐 판단된 도급 품목 예산 규모를 훨씬 초과하는 추가 예산이 필요하다. 

더 큰 문제는 K-RBOC NG가 MASS에 비해 운영유지비가 수배 이상 저렴한데, 이 부분은 제대로 평가되지 않았다. HJ중공업은 최초 제안요청서(RFP)에서 양쪽 회사에 RAM 분석을 기초로 한 운영유지비를 제출하도록 요구했다. 하지만 디브리핑 결과, 운영유지비를 상호 비교하기 곤란하다는 이유로 제출된 비용분석 자료들을 평가하지 않은 채 동점 처리한 사실이 확인됐다. 일각에서는 얼마든지 평가할 수 있지만, 워낙 비용 차이가 커서 그렇게 처리한 것 같다는 얘기도 나온다. 

게다가 HJ중공업은 제안서 평가에서 비용 배점을 20점으로 최소화했다. HJ중공업이 준용했다는 방사청 규정에 따르면 무기체계 구매사업 평가항목의 비용 분야 배점은 30점이 기준이며, 사업 특성에 따라 10점 범위에서 가·감점 조정이 가능하다. K-RBOC NG의 가장 큰 강점이 비용인데 배점을 20점으로 줄였고, 여기에 운영유지비 항목(12점)조차 동점 처리함에 따라 비용 변별력은 8점에 불과했다. 이로 인해 장비 가격이 2배 이상 차이가 남에도 격차가 크지 않아 최종 평가에서 3.4점 차이로 졌다.

■ 1대만 설치하는 MASS, 사각지대 발생으로 발사 시점 지연되는 약점 나타나

국산 장비를 개발한 ㈜티에스택은 1988년부터 대유도탄기만체계(K-RBOC)를 만들어 지금까지 40여척의 해군 함정에 공급한 실적을 보유하고 있다. PKX-A에도 K-RBOC을 이미 납품했던 이 업체는 선진국 수준 이상으로 성능 개량한 ‘K-RBOC NG’를 이번에 저렴한 가격으로 제안했다. K-RBOC NG는 기존의 K-RBOC 구조를 그대로 활용해 주요 구성품 위치 변경이나 케이블 공사 없이 설치가 가능한 장점이 있다. 

반면 경쟁 대상인 MASS는 2014년 독일 라인메탈의 제품을 국내 대기업이 도입해 면허 생산한 것이다. MASS는 기만탄을 쏘면 대형 연막 스크린을 형성하는 장비로 정상 운용을 위해선 좌·우현에 각각 1대씩 발사대 2대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번 사업 제안에서는 2대를 설치하는 K-RBOC NG와는 달리 중앙에 1대만 설치하는 것으로 제안했다. 이 경우 함정 전방은 추적 레이더와 광학장비에, 후방은 마스트에 가려지면서 심각한 사각지대가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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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BOC NG(왼쪽)와 MASS(오른쪽) 배치 요도와 사각지대 발생 부분. [그림=티에스택]

결국, 사각 방향에서 대함미사일이 접근하면 함정을 선회한 후에야 기만탄을 발사할 수 있어 발사 시점이 지연되는 치명적인 약점이 생긴다. 한 해상작전 전문가는 “대함미사일의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는 전장 환경에서 적시 대응이 어려운 기만체계는 함정 생존성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차기고속정(PKX-B) 선도함의 설계와 건조를 담당했던 HJ중공업은 이러한 한계를 누구보다 잘 인지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중도확정 계약이어서 획득·설치 비용 증가할수록 사업 예산 커지는 구조

그러면 HJ중공업이 왜 국익은 도외시한 채 이런 말도 되지 않는 선택을 했을까? 방산 전문가들은 매출액 크기가 곧 영업 이익이 커지는 방위산업 구조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즉 국산 장비가 성능이 좋아도 값이 저렴하면 체계업체의 매출액이 감소하니 값비싼 외산 장비 도입을 내심 선호한다는 얘기다. 더구나 중도확정 계약이어서 구매 장비별로 예산이 구별돼 있어 대유도탄기만체계의 획득·설치 비용이 증가할수록 사업 예산을 키울 수 있다. 

이와 관련, 방사청은 “기종 결정이 공정한 경쟁 여건하에서 이뤄질 수 있도록 제안요청서 검토 등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였다”라면서도 도급 제품은 체계업체가 정하는 것이라며 일정한 거리를 두는 모습이다. 하지만 국내 방위산업 육성과 특히 기술력 있는 중소기업 발전을 위해 ‘방산혁신기업 100’ 프로젝트 등 다양한 정책을 펴고 있는 정부 기관으로서 이런 문제에 손 놓고 있는 것은 직무유기처럼 국민에게 인식될 소지가 있다.  

더욱이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일 개최된 제1회 방위산업의 날 토론회에서 “방위산업이 지금은 소수의 대기업 중심이라는 지적이 있는데, 많은 사람이나 기업들이 규모와 관계없이 참여할 수 있도록 생태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면서 “방위산업이 창의적이고 유연한 사고가 필요한 분야인 만큼 중소벤처기업에도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고 방산 중소벤처기업 육성의 필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

만일 이번 사업에서 체계업체의 추가 예산 신청을 방사청이 그대로 받아들여 기획재정부가 인정하는 선례가 만들어진다면 방산 중소기업은 아무리 기술력이 뛰어나도 영원히 대기업에 종속될 수밖에 없다. 이 경우 한국 방위산업의 미래는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려우며, 이 대통령이 바라는 방위산업 생태계 조성에도 역행한다. 방사청은 이제라도 사안의 중대성을 인식하고 현 정부가 추구하는 방향으로 사업이 진행되도록 관할 기관의 역할에 주력해야 한다. 

[관련기사 : 뉴스투데이 https://www.news2day.co.kr/article/20250729500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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