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 이슈 진단 (146)] 방위사업청 제안서 평가 ‘고무줄 잣대’ 논란…7개월 후 동일제안서 재평가해 1순위 선정됐던 업체 뒤바꿔

[방산 이슈 진단 (146)] 방위사업청 제안서 평가 ‘고무줄 잣대’ 논란…7개월 후 동일제안서 재평가해 1순위 선정됐던 업체 뒤바꿔
  • 국산 소프트웨어 썼다는 이유로 결과 달라져…기술협상서 다룰 사안 재평가 추진한 최초 사례

[뉴스투데이=김한경 안보전문기자] 방위사업청(이하 방사청)이 주관한 ‘정보작전모의모델 체계개발 사업’에서 1순위로 선정됐던 업체가 7개월 후 동일한 제안서의 재평가로 결과가 바뀌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재평가 자체도 전례가 없어 매우 이례적인 데다, 동일한 제안서를 재평가하면서 2순위 업체가 1순위가 되는 결과가 나오면서 방사청 제안서 평가 시스템의 신뢰성이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

■ 공인기관에서 제품 기능 충족 확인했음에도 소소한 사유로 재평가 추진

무기체계 M&S 전문기업인 A 업체는 지난해 4월 30일 정보작전모의모델 체계개발 사업의 제안서 평가결과 1순위 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그러나 2순위였던 B 업체의 이의신청 후 7개월간 계약이 지연되더니 지난해 12월 12일 발표된 재평가 결과에서 순위가 뒤바뀌는 사태가 벌어졌다. 기술능력평가의 정성평가 항목에서 최초 A 업체는 77.9384점을 받아 77.6542점을 받은 B 업체를 앞섰지만, 재평가에선 76.1051점을 받아 78.1218점을 받은 B 업체에 뒤졌다. 

B 업체는 A 업체가 제안한 국산 데이터베이스 관리 시스템(DBMS)의 부분 패치 기능이 불확실하다는 점을 문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방사청은 외부 공인기관(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에 확인 시험을 요청했고, 그 결과 국산 DBMS는 요구사항인 ‘선택적으로 특정 패치만 가능한 기능’을 충족함이 확인됐다고 한다. 그러나 사업팀은 제안요청서(RFP)에도 없는 패치 수행 주체가 다르다는 등의 소소한 사유로 제안서 재평가를 추진했고 결과가 달라진 것이다. 

방사청 사업팀의 속내는 알 수 없으나 겉으로 드러난 평가 점수만 보더라도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사업팀이 문제 삼은 것은 A 업체의 기술능력평가 중 정성평가 항목인데 A 업체의 평가 점수가 낮아진 것도 문제지만, B 업체의 정성평가 점수가 최초 77.6542점에서 78.1218점으로 더 높아진 부분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방사청은 A 업체가 요구한 디브리핑에서 “상대평가라서 양쪽 모두 점수에 변동이 있다”고 언급했다.

■ 기술협상에서 해결 가능한 사안임에도 법무 검토까지 받아 재평가 진행

게다가 국산 DBMS가 정말 문제가 있다면 B 업체가 제안한 외국산 DBMS를 사용하는 조건으로 A 업체와 계약하면 된다. 어차피 상용 제품을 가져다 쓰는 것이니 업체의 개발능력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 오히려 국산 소프트웨어(SW) 사용을 장려하는 정부의 국산화 정책에 맞게 국산 제품을 제안한 것이어서 가점을 주면 주었지 감점 요인이 되어선 안 된다. 또 공인기관의 확인 시험을 거쳐 이상이 없었음에도 왜 재평가를 추진했는지 따져봐야 할 문제다. 

이번 사안이 가장 이례적인 점은 제안서 평가 이후 1순위 업체와 진행할 기술협상에서 다룰 사안을 재평가로 접근했다는 사실이다. 제안서 평가는 절차상 문제가 없었다면 인정하고 평가 이후 식별된 소소한 문제들은 추후 기술협상에서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다. 그것이 협상에 의한 계약 방법을 만든 취지이기도 한데, 이번에 재평가로 추진한 최초의 사례가 나왔다. 이것이 허용될 경우 앞으로 사업마다 계속 재평가하자면 방사청이 어떻게 감당할까? 

한편, 방사청은 지난해 12월 19일 A 업체의 요청으로 마련된 디브리핑 과정에서 A 업체가 “이의제기 처리 기간에 추가로 제안서를 확인해 일부 내용의 평가를 문제 삼아 재평가를 하는 것이 규정과 법령에 적합하냐”고 묻자 “규정과 절차를 준수하고 법무 검토 등의 조치 후 재평가를 실시했다”고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즉 법무 검토까지 받아 진행한 제안서 재평가이므로 문제가 없다는 얘기다.

제안서 평가지침에 따르면, 이의신청은 7근무일 이내 처리하고 필요하면 연장할 수 있으나 업체에 연장 사유 및 기간을 사전 통보해야 한다. 그러나 방사청 사업팀은 A 업체에 연장 사유 및 기간을 사전 통보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면서 7개월의 시간이 흘러 A 업체는 40여명의 전문 인력과 시설이 다른 업무에 투입되지 못하는 유휴상태로 방치돼 막대한 경영 피해까지 초래했다고 말한다.  

■ 사업팀에 대한 다양한 의혹 제기…제안서 재평가 관련 전면적 보완 필요 

A 업체는 이번 재평가 과정이 방사청 사업팀 일부의 편향된 시각이나 유착 관계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지 의구심을 품고 있다. 그러면서 의혹 사례로 이 사업과 유사한 사업을 동시 발주해 업체들의 참여 기회를 제한하고 특정 업체의 수의계약을 유도했다는 점, 최초 평가에서 2순위였던 B 업체가 A 업체의 비공개 제안 내용을 상세히 파악해 이의를 제기한 정황, 무리한 줄 알면서 확인 시험을 하고 문제가 해소되었음에도 재평가로 결과를 뒤집은 점, 이의신청 처리 기간을 7개월 이상 장기간 고의 지연시켜 경영 손실을 입힌 점 등을 들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방사청 제안서 재평가와 관련해 전면적인 보완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먼저 재평가는 명백한 오류나 부정이 확인된 경우에만 가능하도록 요건을 엄격히 적용하고, 동일한 제안서에 동일 평가위원이 재평가해 결과가 번복될 경우 부실 평가의 책임을 물어야 하며, 재평가 과정에서 사업팀의 주관적 의도가 개입될 수 없도록 평가위원회의 독립성을 법적으로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온다. 

이용철 신임 방사청장은 지난해 12월 18일 국방부에서 열린 대통령 업무보고와 지난 2일 개청 20주년 기념사에서 ‘방위산업 대전환을 통한 글로벌 4대 강국 도약’을 강조했다. 그것이 가능하기 위해선 이번 사업처럼 이해하기 어려운 재평가로 순위가 역전되는 상황은 최소한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 방사청은 지금이라도 A 업체가 주장하는 내용의 객관적 사실 여부를 명백히 살펴 제안서 재평가 과정에서 억울한 일이 생기지 않도록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관련 기사 : 뉴스투데이 https://m.news2day.co.kr/article/20260107500184]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뉴스레터 구독하기👋

We don’t spam! Read our privacy policy for more inf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