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 이슈 Pick] 남세규 前 국방과학연구소장, “핵무기 없는 한국이 북한 핵 위협에 대응하려면 미사일 1만 발 양탄(養彈)에 적극 나서야 한다”

[방산 이슈 Pick] 남세규 前 국방과학연구소장, “핵무기 없는 한국이 북한 핵 위협에 대응하려면 미사일 1만 발 양탄(養彈)에 적극 나서야 한다”

[뉴스투데이=김한경 안보전문기자] 지난 6일은 미국이 일본의 히로시마에 최초의 원자폭탄(‘리틀보이’란 암호명을 가진 우라늄탄)을 투하한 지 80년이 되는 날이었다. 15kt의 위력을 가진 이 핵무기로 당시 히로시마에 거주하던 인구 중 15만 명이 사망했다. 3일 후 나가사키에 떨어진 21kt 위력의 원자폭탄(‘팻맨’이란 암호명의 플루토늄탄)에 의해서도 7만 명 이상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핵무기의 위력은 초기 버전인 원자폭탄만 보더라도 대단한 살상력을 갖고 있다. 그런데 북한은 일본에 떨어진 원자폭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살상력이 강화된 수소폭탄급 핵무기도 개발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2023년 전격 공개한 전술핵 탄두인 ‘화산-31’의 경우 전문가들은 10kt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보듯이 핵무기는 억제의 수단이지 실전에 사용하긴 어려우나 최악의 경우 전술핵 사용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핵무기를 보유할 수 없는 한국으로선 미국의 확장억제에 의존하는 것 이외에 마땅한 대책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유럽처럼 미국과 핵 공유 방안을 논의하고 미국의 전술핵을 한국에 재배치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또한, 일본의 사례를 들어 핵연료 재처리 시설을 한국이 보유함으로써 유사시 핵무기를 제조할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즉 모두가 핵무기 보유를 염두에 두고 방안을 찾는 분위기다. 그러나 어느 하나 우리가 원하는 수준으로 조기에 해결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런 와중에 재래식 무기인 미사일로 북한 핵무기에 대응할 수 있다는 전문가 주장이 나와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주인공은 40년 이상 국방과학연구소(ADD)에서 미사일 분야의 연구개발에 몰두해온 국내 최고의 미사일 전문가인 남세규 前 국방과학연구소장이다. 

남 소장은 지난 2023년 11월 국회에서 열린 ‘국방안보방산포럼’에서 북한 핵·미사일 위협 대응방안으로 핵무기에 파괴력에 버금가는 ‘미사일 1만 발 양탄(養彈)’을 최초로 제안한 바 있다. 그가 사용한 ‘양탄’이란 용어는 미사일의 제조·배치는 물론 운용개념, 발사 인프라까지 점차 양성해 나가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확보할 미사일의 규모가 1만 발에 이르면 현재 방식과는 모든 것이 달라질 수 있어 이 용어를 사용했다고 그는 설명했다.  

당시 그는 “10kt의 전술핵 공격에 대응하려면 10t급(탄두위력 TNT 10톤) 미사일 20발이 필요하며, 300kt의 수소폭탄 공격에는 10t급 미사일 200여발을 일제사격(Salvo) 하면 유사한 보복타격을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한국형 3축 체계에 사용되는 미사일을 1만 발까지 양탄하는데 필요한 예산은 20조원 정도”라며 “독자 핵무장을 시도할 때 경제적 손실을 고려하면 안보와 경제를 함께 잡는 현실적 방책”이라고 주장했다. 

최근 남 소장을 다시 만나 당시 주장에 대한 견해를 물었다. 그는 “북한이 핵탄두를 다탄두로 만드는 개발에 성공하면 미국의 확장억제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할 수 있다”면서 “미국의 핵우산이 우리를 지키도록 노력하되, 스스로 투자할 수 있는 미사일 양탄에 주력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만약 북한 핵무기가 우리 땅에 떨어지면 10분 이내에 핵무기 파괴력에 버금가는 미사일 일제사격으로 반격해 핵무기 2파 공격을 하지 못하게 만들어야 한미동맹의 확장억제가 원활히 작동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1만 발 중 절반은 천궁-Ⅲ, L-SAM-Ⅱ 등 한국형미사일방어(KAMD)에 사용하고 나머지는 킬체인(Kill Chain)과 대량응징보복(KMPR)을 통한 반격에 사용돼야 한다”며 “미사일 일제사격은 핵무기가 아니더라도 마치 상호확증파괴(MAD) 이론처럼 ‘공포의 균형’을 이루어 북한에 실질적인 억제로 작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북한 신형 전술탄도미사일 발사대 250문은 4연장이므로 산술적으로 1천 발도 동시에 발사할 수 있다”고 우려하며, “우리도 혁신적인 미사일 일제사격 방안으로 러시아나 미국처럼 컨테이너를 활용한 발사 플랫폼 도입을 적극적으로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모두가 무기체계 플랫폼 증강에만 관심이 있는데, 자폭드론을 포함해 미사일 보유량을 늘리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남 소장은 핵무기에 대한 국민의 막연한 공포도 불식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히로시마나 나가사키는 핵무기 폭풍파로 인한 파괴력이 컸지만, 방사능 낙진과 섬광 등에 의한 인명 피해가 많았다”며 “KAMD로 북한 핵무기의 90% 이상을 막아내고 일부 막지 못한 핵무기가 서울에 떨어진다 해도 직접 타격을 받는 폭심(爆心) 지역 외에는 신속히 대피하면 방사능, 열복사, 섬광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어 생각보다 인명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남 소장에 이어 국방과학연구소장을 역임한 박종승 KAIST 안보융합원 초빙교수 또한 최근 발간한 ‘6G와 AI 시대의 우주산업’이란 저서에서 “핵무장 없이도 억지력을 확보하는 핵심은 ‘핵 버튼을 누르는 순간 몇 분 이내로 당신도 사망할 것’이란 메시지를 현실로 자각하게 만드는 것”이라며 “초고위력 미사일과 이를 적시에 정확히 사용할 감시정찰 자산으로 ‘비핵 공포의 균형’을 이룰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월 20일 우주 기반의 새로운 미사일방어체계인 ‘골든 돔(Golden Dome)’ 계획을 발표했다. 이 프로젝트는 핵무기로부터 미국 본토를 방어하도록 개발될 것으로 전망된다. 즉 미국의 확장억제가 제대로 기능하도록 만들기 위함인데, 한국이 앞서 미사일 전력을 강화한다면 이를 도울 수 있어 동맹 강화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남 소장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든 이스라엘-이란 전쟁이든 결국 미사일이 부족해서 문제가 된다”면서, “실제 핵을 보유한 북한을 상대하려면 미사일 1만 발 양탄은 물론이고, 한국형 3축 체계에 새로운 일제사격(Salvo)과 핵과 비핵무기를 통합운용(CNI)하는 신개념을 도입하는 것이 북핵을 무용지물로 만들기 위해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며 “한미 연합전력 차원에서 전략, 정보, 작전, 미사일 전문가들이 함께 중지를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련 기사 : 뉴스투데이 https://www.news2day.co.kr/article/2025080850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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