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 이슈 Pick] 정석재 광운대 방위사업학과 교수, “국방 AI 적용 가로막는 것은 기술 부족이 아니라 제도와 절차가 시대에 뒤떨어져 기준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

[방산 이슈 Pick] 정석재 광운대 방위사업학과 교수, “국방 AI 적용 가로막는 것은 기술 부족이 아니라 제도와 절차가 시대에 뒤떨어져 기준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

[뉴스투데이=김한경 안보전문기자] 정석재 광운대 방위사업학과 교수는 지난달 2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AI 중심 K-중소방산 글로벌 경쟁력 강화 세미나’에서 토론 패널로 참여해 “국방 AI 적용을 가로막는 것은 국내 중소기업의 AI 기술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국방의 제도와 절차가 시대에 뒤떨어짐으로써 기준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주장을 좀 더 깊이 알아보기 위해 기자는 16일 그의 연구실을 방문했다.

정 교수는 “우리 중소·중견기업이 AI 기술을 가지고 국방 현장에 적용하려고 하면 제도·절차의 문제로 막히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면서 “이렇게 문턱이 높은 이유는 현재 국방획득 제도가 AI라는 새로운 기술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구조적 문제에 있다”라며 ① 조정하는 기관이 없고, ② 획득 절차가 너무 느리며, ③ AI 학습에 필요한 데이터가 없고, ④ AI가 오판했을 때 누가 책임지는가 등 4가지를 국방 AI 적용을 가로막는 큰 문제로 제기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국방에서 AI를 다루는 기관과 부서는 다양하지만, 각자 AI 사업을 따로 추진하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정책이 서로 어긋나고 기준도 다르며 사업도 중복돼 기업 입장에서는 “어디에 맞춰야 하지?”라는 혼란이 생긴다. 따라서 기업이 훌륭한 AI 기술을 개발했더라도 어디를 찾아가 어떤 기준을 충족해야 할지 명확하지 않다. AI를 총괄하는 ‘통합 컨트롤타워’가 아직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군의 무기체계 획득 절차는 소요 결정부터 전력화까지 최소 5년에서 15년까지 걸린다, 그런데 AI 기술은 몇 달 만에도 버전이 바뀌고 1∼2년 만에 완전히 다른 기술이 나와 현재 속도로 전력화가 끝났을 때는 이미 구식 기술이 되는 상황이다. 자원의 여유가 없는 중소기업으로선 기술 자체가 시장에서 사라지는 경우도 발생한다. 정 교수는 “미국도 요즘은 빠르게 써보고, 고치고, 다시 적용하는 신속획득 구조로 완전히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국방 분야의 데이터는 보안 때문에 외부 반출이 불가능하고, 포맷과 구조가 부대마다 다르며, 표준화가 되지 않았고, 클라우드 활용도 제한적이며, 라벨링이나 정제가 되지 않아서 AI 학습에 바로 사용할 수가 없다. 실제로 기업들은 “AI 기술은 있는데 정작 학습시킬 데이터가 없다”고 말한다. 정 교수는 “AI 기술의 성능은 데이터에 달려 있는데, 데이터가 없어서 AI 개발 자체가 막히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외에 AI가 자율무인체계에서 일정 부분 판단에 관여했을 때 책임 구조가 명확하지 않은 것도 문제로 대두된다. 책임을 지기 어려운 기술은 도입하지 말자는 분위기가 생기고, 중소기업이 만든 새로운 기술일수록 조심스럽게 다뤄지면서 도입이 더 지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이 부분에 대한 논의와 법제 정비를 미리 하지 않으면 기술을 만들어도 책임 문제로 인해 사용하지 못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예상했다.

정 교수는 “국방 AI 제도 개선을 위해 세 단계로 나누어 추진해야 한다”면서 “첫 단계로 지금 당장 바꿀 수 있는 것부터 바꾸자”고 주장했다. 시간이 걸리는 법 개정보다 훈령, 지침, 기술규격같이 빠르게 바꿀 수 있는 하위 규정부터 손보자는 얘기다. 예를 들면 데이터 중 민간과 함께 쓸 수 있는 데이터와 안되는 데이터를 구분하고, AI 시험과 검증은 짧고 반복적인 테스트 중심으로 바꾸며, 클라우드·오프소스의 최소한 허용기준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그는 두 번째 단계로 ‘국방 AI 규제 샌드박스 도입’을 제안했다. 이는 보안이 통제된 환경에서 기업이 새로운 AI 기술을 시험해 볼 수 있도록 허용하는 구역이다. 이것이 가능해지면 기업은 실제 군 데이터를 활용해 시범운용→개선→재학습을 반복할 수 있고, 군은 위험을 통제하면서 새로운 기술을 빠르게 시험할 수 있다. 정 교수는 “중소기업에 가장 필요한 것은 첫 번째 실적”이라며 “샌드박스 시험을 공식 방산 실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세 번째 단계로 장기적 과제인 ‘국방 AI 통합 법제와 컨트롤타워 구축’을 제안했다. AI 시대에는 지휘체계, 무기체계, 데이터, 책임 문제, 윤리, 안전장치, 민군협력에 이르기까지 모두 연결돼 있어 이런 내용을 하나의 법과 제도로 묶는 AI를 위한 종합적인 법제가 필요하며, 국방 전반의 AI 정책·사업·데이터·획득을 한 곳에서 총괄할 수 있는 전담 컨트롤타워가 구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정 교수는 중소기업 관점에서 가장 필요한 세 가지라며 ① 비식별 데이터와 합성 데이터부터라도 기업이 활용할 수 있는 국방형 오픈데이터랩, ② 3∼6개월 단위로 테스트하고 개선할 수 있는 획득 절차인 중소기업 전용 신속획득 트랙, ③ 데이터 접근을 허용하는 만큼 책임·안전·윤리·데이터 기준도 함께 설계해 군과 민간이 모두 안심하고 협력할 수 있는 여건 마련을 특별히 주문했다. 

[관련기사 : 뉴스투데이 https://www.news2day.co.kr/article/202512185000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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