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김한경 안보전문기자] 러시아-우크라이나(이하 러-우) 전쟁이 단기전이 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3년을 넘어 지속하는 이유 중 하나는 드론 같은 무인체계의 군사적 활용이 빠르게 발전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난 6월 1일 심야에 치러진 우크라이나의 ‘거미줄 작전(Op. Spider Web)’은 드론의 전략적 운용과 대드론 체계를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에 대한 새로운 고민을 던져주고 있다.
이와 관련, 최근 국내 주요 방산업체들은 유무인복합체계(MUM-T) 구현을 위한 연구개발에 관심이 집중돼 있다. 대표적으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무인기 기술 확보를 위해 미국 방산 AI 기업에 전략적 투자를 단행했고,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AI 파일럿’인 카일럿(K-AILOT)을 이용한 차세대 공중전투체계(NACS)를 개발 중이며, LIG넥스원은 자체 개발한 무인플랫폼에 첨단 AI를 탑재하는 글로벌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 쉴드AI, 실전 검증까지 거치며 군사용 드론의 발전 방향 정확히 보여줘 주목
MUM-T를 구현하기 위한 이러한 노력의 교집합에 미국의 첨단 방산기업 ‘쉴드AI(Shield AI)’가 있다. 쉴드AI는 세계 유일의 수직이착륙 드론 ‘V-Bat’과 전자전 상황에서도 임무 수행이 가능한 자율형 AI를 개발하고 러-우 전쟁을 통해 실전 검증까지 거치면서 최근 군사용 드론의 발전 방향을 정확히 보여줘 주목받고 있으며 우리 방위산업에도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미국 국방부의 경우 군사용 드론을 크기와 중량 등에 따라 그룹-1~5까지 구분하고 있는데, 쉴드AI는 군은 물론 국경감시, 해양탐색·구조 등에 활용도가 높은 그룹-3 드론에 AI를 탑재해 운용하고 있다. 그룹-4~5에 해당하는 대형 고고도 무인기는 최초 설계부터 군의 요구사항에 따라 개발되며, 민간에서 수요가 많은 그룹-1~2에 속하는 소형 드론은 높은 가성비를 갖춘 중국 제품이 글로벌 시장을 장악한 상태다.
대대급 이하 전술 제대에서 주로 사용하는 그룹-1~2 드론은 미군의 경우 스캔이글, 레이븐(RQ-11B) 등이 대표적이며 우리 군도 대대급 무인기로 아미타이거 부대는 상용 멀티콥터형 드론을 사용하고 있다. 그룹-3 드론은 미군의 여단정보중대에 배치된 새도우(RQ-7)와 우리 군의 사단급 무인기 정도로 장시간 체공과 정찰, 타격 등 다양한 임무 수행이 가능하며 전술적 활용도가 높다.
■ 정부 정책 방향 속에서 군사용 드론 어떻게 확보할지 구체적 실천방안 필요
이처럼 우리 군도 그동안 군사용 무인기를 일부 전력화해 운영하고 있으나 그룹-1~5까지 임무에 따라 적정 수량과 기술, 관련 공급망을 확보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다. 대형 고고도 무인기(그룹-5급)는 군 소요에 따라 개발하거나 해외구매를 추진하지만, 그룹-3 이하의 드론은 민간기술과 체계를 적시 사용할 수 있도록 정부에서 공급망과 시장 경쟁력을 지원하고 군은 시험평가 환경을 마련해 신속획득하는 부처 간 협력 정책을 검토해야 한다.
이와 관련, 지난 17일 우주항공청은 ‘K-드론 기체공급망 이니셔티브’를 출범하며 ① 세계 시장 진출을 위한 기술·정책 로드맵 마련, ② 기체와 핵심부품 국내 생산을 통한 산업 생태계 자립화, ③ 범부처 협업체계 강화, ④ AI와 차세대 반도체 기반의 지능형 드론 기술 혁신 생태계 조성 등 4가지 핵심전략 과제를 내놓았다. 뒤늦게 정부가 외산 제품에 의존하는 국내 드론 시장의 문제를 인식하고 기술주권 확보를 위해 내놓은 정책 방향이다.
하지만 정부의 정책 방향이 정해진 속에서 군사용 드론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 실천방안이 필요하다. 미국은 드론의 신속한 확보를 위해 국방부 산하 국방혁신단(DIU)이 실패 가능성을 감수하면서 민간 연구개발 성과를 국방에 적용할 수 있도록 전투실험을 통해 군사용 적합도와 기술 성숙도를 높이고 있다. 반면 우리는 미국의 중간단계 획득(MTR)을 벤치마킹한 신속획득 제도를 겨우 마련한 정도여서 아직은 갈 길이 멀다.
■ 그룹-3 드론 위주 획득 통해 전력 공백 해결하되 COCO 방식 적용 검토해야
전략자산인 고고도 무인기는 대규모 예산이 필요하며, 육군이 사용하는 그룹-1~2 드론의 국내구매 사업과 사단급 무인기(그룹-3급) 사업 등이 장기간 표류하면서 야전부대에서 필요한 드론 전력은 공백이 심각하다. 대대급에서 필요한 그룹-2 이하의 상용 드론은 ‘거미줄 작전’에서 사용된 소모성 드론이 아니라 작전 지속성을 제공해야 하므로 중국산 부품에 의한 공급망, 취약한 SW의 성능 개선, 보안과 상호운용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따라서 저고도에서 중고도까지 다양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그룹-3 드론 위주로 획득해 작전 시간과 범위를 확장한다면 소부대부터 대부대까지 당장 필요한 감시정찰 전력 공백을 융통성 있게 해결할 수 있다. 또한, 그룹-3 드론은 민·군 공통수요가 많고 공동연구개발이 활발히 이루어지는 분야로 군에서 필요한 사양을 갖춘 드론을 신속히 획득해 민간주도형으로 보완하면 자율임무 수행까지 가능한 AI 기능을 빠르게 탑재할 수 있다.
만일 그룹-3 드론의 신속한 획득이 어렵다면 임대형 계약 제도인 COCO(Contractor Owned Contractor Operated) 방식 적용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설득력 있게 제기된다. 민간기업이 정비와 운영을 수행하는 COCO 제도는 미 해군·해안경비대에서 부족한 전력자원을 즉시 확보하기 위해 활용하고 있는데, 이 제도를 도입하면 여단급 이하 감시정찰 능력을 높이면서 범정부 협력을 통해 성과를 거둘 수 있어 국방예산 절감에도 기여할 수 있다.
■ 국방부, 실제 환경서 시험할 수 있는 예외 규정 마련하고 시험시설 지원해야
이러한 대안이 실행되려면 우선 우리나라의 전파관리에 대한 규제를 해결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군사용 드론이 아니면 일정한 수준 이하로 전파 출력을 제한하고 있어 군의 작전반경과 운용 고도를 충족하는 그룹-3 이상의 드론을 실제 환경에서 시험할 수 없다. 따라서 국방부가 나서 일정 시간과 공간에서 전파관리 예외 규정을 마련하고 시험시설도 지원해 군에서 필요한 드론을 업체가 개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나아가 국방기술 국산화에 대한 인식이 달라져야 한다. 꼭 필요한 국방기술의 국산화는 필요하나 국산화를 이유로 과도한 진입 장벽을 내세워 연구개발에 시간을 소비해선 안 된다. 우리나라 방산 대기업들이 쉴드AI와 협력할 수 있는 것은 우리의 제조와 체계통합 능력이 첨단 AI 기술과 협력하면 이익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의 강점을 활용한 기술 협력으로 군사력 증강과 수출이란 2가지 목적을 충족하려는 자세가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