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김한경 안보전문기자] 조만간 발주될 육군미사일부대 과학화경계시스템 사업이 성능 좋은 장력 방식의 감지시스템을 검토하다가 2019년 이전에 주로 시공했던 싸구려 ‘케이블센서’ 방식으로 갑자기 설계가 변경된 사실이 최근 확인돼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감지시스템 중 성능이 떨어지는 제품이어서 설치 운용 간 오경보 빈발의 주원인으로 작용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주요시설 경계장비로는 부적절해 점차 사라지던 이 방식이 갑자기 새롭게 부상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 국방부 차관이 사령관 시절 우수성 확인하고 우선 검토 지침 내린 방식 바꿔
과학화경계시스템은 각종 센서를 이용해 침입을 감지하는 ‘감지시스템’, CCTV 등 영상정보를 이용해 침입을 확인하는 ‘감시시스템’, 입력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분석·대응·경보발령 등을 하는 ‘통제시스템’으로 구성된다. 즉 주수단인 감지시스템이 센서를 통해 침입을 감지한 후, 보조수단인 감시시스템의 CCTV가 해당 지점을 확인하고, 이어 통제시스템이 필요한 조치를 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핵심 수단인 감지시스템의 성능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더구나 이번에 발주되는 과학화경계시스템 사업은 이두희 현 국방부 차관이 육군미사일전략사령관으로 재직하던 시절 미사일부대에 설치된 2가지 방식의 감지시스템을 비교 평가한 결과를 반영해 추진하려던 것이었다. 당시 이 차관은 기존 부대에 설치된 케이블센서 방식보다 일부 부대에 새롭게 설치된 장력 방식이 성능에서 월등히 우수함을 현장에서 직접 확인했고, 향후 미사일부대의 감지시스템은 장력 방식으로 우선 검토하라는 지침까지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 3개 업체가 싸구려 제품으로 수주 독점하다가 ‘현장성능평가’ 생기면서 사라져
육군미사일부대는 2005년부터 울타리 경계를 위해 과학화경계시스템 사업을 시작했다. 이때부터 2016년까지 00개 부대가 창설되면서 건설사가 턴키 방식으로 부대 창설 공사를 맡으면서 과학화경계시스템 사업을 담당할 업체도 선정됐다. 이 사업은 국방부 시설본부가 주관했는데, 공사방법 심의는 서류심사로 이뤄졌으며 00개 사업을 아이엔에스(구 한택), 아이엔아이, 서교 등 3개 업체가 나눠 가지면서 케이블센서(자력·전자감응식) 방식으로 모두 시공했다.
케이블센서 방식의 감지시스템을 설치하는 3개 업체가 대다수 사업을 수주하게 된 이유는 제안요청서(RFP)에 해당하는 ‘과업지시서’에 사업 방식을 케이블센서로 명시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다른 방식의 감지시스템은 아예 입찰에 응할 수가 없었다. 게다가 미사일전략사령부가 직접 발주한 특정 사업의 경우 과업지시서상에 케이블센서 방식을 명시하면서 규격까지 ‘케이블 외경 : 7㎜’로 제시함으로써 1개 업체 외에는 들어올 수 없게 만들기도 했다.
이렇게 3개 업체가 수주를 독점하다시피 하면서 서로 경쟁이 치열했고 상대 업체에 대한 민원 제기도 많았다. 이것이 계기가 되어 서류심사만으로 업체를 선정하던 방법에서 1차 서류심사, 2차 현장성능평가를 거쳐 성능이 충족(90점 이상 획득)된 제품 중 최저가 제안 업체를 선정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이렇게 평가 방법이 달라진 2018년 사업에서 케이블센서 방식의 업체들은 서류심사에는 참여했지만, 현장성능평가에는 탈락할 것을 알고 모두 참여하지 않았다.
■ ‘조달우수제품’으로 업체 선정하다가 문제 생기자 다시 과거 방식으로 회귀
서류심사에 참여한 대다수 업체가 현장성능평가 참여를 포기하자 장력 방식의 감지시스템을 선보인 업체가 단독으로 성능평가에 참여해 100점 만점을 받으면서 최초로 미사일부대의 사업을 수주했다. 이어 2020년 사업에서도 성능평가 방법이 그대로 적용돼 3개 업체가 성능평가까지 도전했지만, 2개 업체는 성능을 충족하지 못해 탈락하고 앞서 만점을 받았던 업체가 다시 수주했다. 이렇게 2022년까지는 현장성능평가 방법이 유지됐다.
그러다가 2023년부터 성능평가 대신 ‘조달우수제품’을 받은 업체를 선정하는 것으로 방법이 다시 달라졌다. 조달우수제품은 공공기관이 검증된 품질의 제품(본품)을 효율적으로 구매하도록 설계된 제도다. 그런데 감지시스템이 아닌 CCTV로 조달우수제품 인정을 받은 업체가 수의계약으로 사업을 수주하면서 케이블센서 방식이 다시 도입됐다. 본품(CCTV)이 아닌 옵션 품목(감지시스템)으로 사업을 편법 수주하면서 발생한 일이었다.
이러한 문제에도 불구하고 업체 선정방식이 현장성능평가에서 조달우수제품으로 변경되자 관련 업체들은 조달우수제품 인정을 받는 노력을 기울였다. 그런데 감지시스템으로 조달우수제품을 받은 업체가 나오기 시작하자 어떻게 된 일인지 올해 발주할 사업에서는 조달우수제품도 아니고 현장성능평가도 아닌 저가의 ‘케이블센서’ 방식이 다시 등장하면서 2017년 이전의 상황으로 되돌아가는 분위기다.
■ 아직 올해 사업 공고되지 않아 지금이라도 군에서 노력하면 보완 할 수 있어
조달우수제품 업체 선정에 문제가 있으면 본품 확인 후 제대로 적용하거나 이전에 성과가 있었던 현장성능평가 방법을 적용하면 된다. 그런데 이런 분위기를 틈타 과거에 이 사업에서 다양한 편법을 동원해 싸구려 방식으로 수주했던 세력들이 다시 기승을 부리면서 이상한 상황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런 문제를 인지하게 된 군 내부의 일부 생각 있는 관계자들이 올해 사업이 잘못될 우려가 있다며 걱정하는 목소리가 기자에게까지 들려온다.
북한 핵에 대응할 유일한 수단이자 재래식 무기의 최강자인 미사일을 보유한 부대의 경계시스템은 GOP보다도 어떤 면에서는 더 중요하다. 오히려 민간인 접근이 통제된 GOP 지역보다 외부인의 접근이 손쉬운 후방 지역에 있어 지난 6월 광명의 탄약부대에 민간인이 약초를 캐겠다며 철조망을 절단하고 침입하는 사건이 일어났듯이 접근이 어렵지 않은 환경이다. 게다가 병력은 별로 없고 오롯이 이 시스템에 경계를 의존하는 실정이다. 만일 외부인이 북한이 침투시킨 요원이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다행스러운 점은 이 문제를 잘 인식하고 현장에서 확인했던 前 육군미사일전략사령관이 현재 이재명 정부의 첫 국방부 차관으로 임명돼 국방개혁에 나서고 있는 데다, 아직 올해 사업이 공고되지 않아 지금이라도 국방부 차원에서 노력하면 보완할 수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2005년부터 현재까지 이 사업의 저변에는 허점만 보이면 이상한 짓을 하려는 사람들로 둘러싸여 있다. 다시는 이런 행위가 깃들지 못하도록 이번 기회에 사실 확인 후 성능평가의 기준을 명확히 정립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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